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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 - 피부 색깔에 대한 편견


이미지 출처: http://image.cine21.com/resize/cine21/poster/2009/0609/M0010003_main_poster%5BX160,230%5D.jpg

'인간의 두 얼굴' 이라는 EBS 다큐멘터리에서 한 가지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백인 남성 한 명과 동남아시아인 남성 한 명이 각각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 위에서 지도를 펴 들고 길을 물어 봅니다. 백인 남성이 길을 묻자마자 행인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길을 알려줍니다. 행인들은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손짓과 몸짓을 섞어가며 친절히 길을 가르쳐 줍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길을 묻지도 않았는데, 어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으며 적극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합니다. 반면에 동남아시아인 남성이 길을 물어올 때엔 행인들은 무심히 지나칩니다. 길을 찾고 있다고, 영어를 할줄 아냐고 물으며 한 발짝 다가가는 순간 행인들은 손사래를 치며 동남아시아인을 지나쳐 갑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행인들의 손사래 치는 모습에서 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겠죠.

거리에서 길을 묻는 것만도 께름칙한데 이번에는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 청년이 교복을 입은 풋풋한 여고생과 사랑에 빠진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과연 이를 용납할 수 있을까요. 귀가 멍멍할 정도로 시끌벅적한 퍼래이드를 벌이고 있는 거대한 로봇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오늘도 조용히 상영관을 지키고 있는 한국 영화 [반두비]~!!! 이렇게 느낌표를 세 개나 붙이면서까지 힘을 보태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일요일 10시 50분 프로를 봤는데 좌석에 앉은 사람이 열 명도 안 되더군요. 제가 간 CGV 는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라. 보는 내내 옆 상영관의 우퍼 소리가 쿠궁쿠궁 쉴새 없이 울려 퍼졌습니다. 더군다나 옆 상영관은 [트랜스포머2]. 처음부터 끝까지 쿠궁 대는 영화였으니 말 다했죠.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나는 동남아시아 사람이나 이슬람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편견이란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영화를 보는 종종 불편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여고생 '민서'의 방. '민서'와 이주 노동자 '카림'은 침대에 나란히 앉습니다.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둘은 마주 봅니다. 이 순간에 저도 따라 어색해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감독이 어떤 수위까지 표현할 것인가. 혹시 둘이서 배드신을 찍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만약 '카림'이 백인이었다고 해도 제가 이런 걱정을 했을까요.

이 영화 역시 엔딩이 인상적입니다.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 앞 작은 식당에 간 여자 주인공 '민서'는 예전에 남자 주인공 '카림'이 손수 만들어 주었던 음식을 시킵니다. 테이블 위의 음식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던 '민서'는 '카림'이 먹던 것 처럼 손가락을 사용해 밥을 한 움쿰 쥐고 입으로 가져갑니다. 카림은 추방당했지만 우리에겐 아직 소통의 희망이 남아있다는 뜻일까요. '민서'의 먹는 모습이 계속 보여지는 채로 자막이 올라갑니다.

사람이 극히 적었는데도 한 여자분은 나가면서 이렇게 소리치더군요. "이게 뭐야~~"

그리고 다시 처음의 이야기. 길을 묻던 동남아시아인은 무심히 지나치는 행인들 속에서 1시간이 넘도록 발을 동동 굴러야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를 지나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20%는 동남아시아인을 지나치지 않고 그에게 길을 가르쳐주었다고 합니다.

by cuspymd | 2009/06/28 23:29 | 영화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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