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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습작 - 글쓰기의 진정성


이미지 출처: http://image.libro.co.kr/book_img/11507/0100008452280_03.jpg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이라는 부제가 붙은 [천년습작]. 감상문을 쓰기 위해 인터넷 상의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쭈욱 한 번 훑어 봤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는 책이라서 그런지 서평의 수도 어마어마하고 글의 수준도 상당히 뛰어나더군요. 찬찬히 그런 글들을 읽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불쑥 고개를 내밉니다. 이 책에 대한 글들이 이미 이렇게도 많은데 게다가 글들의 수준도 다들 빼어난데 지금에 와서 내가 이 책에 대해 어줍잖게 끄적거리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죠.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생각에 스스로 절망하면서 좌절하면서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화끈 거리면서 글쓰기 시도 자체를 포기하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바로 이 [천년습작]을 읽었기 때문입니다.(절대 광고 멘트가 아닙니다.ㅋㅋ) 별 대단한 글쓰기 비법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 만큼은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손으로 쓴다는 것. 지적이고 고상한 행위이기 이전에, 하얀 모니터 화면에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꾹꾹 눌러서 글씨를 쓰는 너무도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행위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해 주었습니다.

빠르게 읽히는 책이지만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닙니다.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를 정도로 말이지요. 이 사람이 나한테 사기를 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구요. 과연 이 책에 본질적인 무언가가 들어 있기는 한 것인가, 단지 글쓰기에 관한 찬란한 수사학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 작가가 보는 것 그리고 보여주는 것이 저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의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겁니다. 마치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믿음이 약한 신도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데카르트 처럼 끊임없이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의심할 수 없이 확고한 것은 '김탁환'이란 사람이 책을 너무나 좋아했고, 그런 책들에 이끌려 글쓰기에 몰두했고 그런 매혹의 시간들을 지나 작가가 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 바로 이것이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느꼈던 묵직함의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by cuspymd | 2009/07/01 01:17 |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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