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8일
물에 비친 낙엽, 가을에 비친 결혼.

가을은 오자마자 어디론가 금새 가버릴 듯 하다. 지금 가을은 내게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다. 얼마나 가까운지 가을이 내쉰 숨이 내 얼굴에 훅 끼치는 것만 같다. 와닿는 숨이 약간은 서늘한 것이 기분이 불쾌하지 않고 다만 조금 간지러울 뿐이다. 겨울이 오는게 두려운 걸까. 나는 벌써부터 가을이 떠날까봐 조바심이 나는 것 같다. 파란 하늘이 어느새 투명하고 나뭇잎이 붉다.
어제는 친구의 결혼식. 차의 조수석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 처음엔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불러보고 신나게 춤도 춰 본다. 그러다 시작되는 정체. 내내 계속되는 기다림. 전진. 정지. 전진. 정지. 멍하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음악은 바뀌고 시간은 흘러간다. 무거운 공기가 낮게 가라앉을 즈음이면 음악도 따라 밑으로 하강하여 애꿎은 자동 변속기 주위만 맴돌 따름이다. 차를 탄다는 것만큼 무료한게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도 같다.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본 건 그때였다.
나무와 건물들 사이로 드러나 있는 딱 한 주먹만큼의 하늘. 답답한 실내와는 다르게 한없이 푸르고 투명했던 그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하늘이었다. 어떻게 저럴수 있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마치 허깨비를 본 사람처럼 멍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어느 달력에선가 보았던 이국의 푸른 산호 바다. 하늘이 꼭 그 산호 바다처럼 파랬다. 거리를 지날 때 마다 푸른 바다 위로 나뭇잎들이 언뜻언뜻 비쳤다.
나뭇잎에 누가 물감을 발라 놓았나. 빛을 표현하고자 했던 인상파 화가들의 강렬하고도 거친 붓터치. 그 색깔들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며 인상을 쓰고 말았다. 보고 있으면 마치 빛과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삐익, 삐익. 근대의 태동기, 파리의 생라자르 역에서 막 출발하는 증기 기관차의 기적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맞아, 딱 저거였을거야. 모네가 바라보았던 것. 모네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 증기 기관차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도 나같이 웃음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가을은 결혼의 계절인가. 아름다운 계절에 사랑하는 연인들의 결혼식이 이어지고 있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 입는데 누나가 물어본다. 부럽지 않니? 옷장에 옷을 걸어 놓으며 대답한다. 아니, 그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 이미 오래 전에 결혼해 초등학생 딸까지 두고 있는 누나는 의외로 순순히 맞장구를 쳐준다. 하긴 형식적이긴 하지.
누나에게 솔직히 말은 못했지만, 지인들의 결혼식을 볼 때마다 나는 아득해진다. 내가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저렇게 환히 웃을 수 있을까. 저기 저 신랑처럼 자신감 넘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저게 만약 연극이라 해도 나는 저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낼 자신이 없다. 오늘은 맨 뒤에 서서 하객들을 둘러봤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신랑 신부 가족들. 사진을 찍는 그들의 표정엔 무언가 해냈다는 자부심들이 넘쳐나는 것만 같다.
화려하고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 사람들. 남자들은 멋지고 여자들은 아름다웠다. 이 멋진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나는 점점 더 작아지고 점점 더 구석으로 밀려났다. 구석에 서 있던 나는, 몸에 맞지 않는 정장을 입고 있던 나는, 그 자리에 참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들과 나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 거리가 너무 아득해서 멀미를 느꼈던 걸까. 식장을 빠져 나오던 나는 꽤 무겁게 가라 앉아 있었다.
# by | 2009/10/18 23:52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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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데 차 속에서, 그것도 조수석에서 정말 춤을 추셨어요?
교통경찰이 봤으면 딱지 감인데.
빗물 속에 사람이 투영되었는 지 자세히 봤는데, 식별이 안 되네요.
나중에 나스타님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타게 되면
한번 보여드릴게요~.
당연히 사람을 찾으면 안 보이죠.
저기 왼쪽 아랫 부분, 보도 블럭 바로 옆에
물에 빠진 노란색 은행잎 보이시죠?
그게 바로 저예요.
저는 운전 배우지 않으려고요. 결혼을 하게 되면, 기사 붙여주는 남자 만나 결혼 할래요. -_-;;;
이상한 조크를 -_-;;; 일삼으시다니. 외로우신가봅니다. 사람이 외로우면 기이한 행동들을 하게 되죠.
제가 하는 말의 90%는 농담이거나 하나마나한 의미없는 말들이죠.
한때 제 별명이 '구라' 였다는게 그 사실을 증명해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외로웠어요.
세상에 저 혼자 태어났거든요.
엄마 뱃 속에 있을 때 세상은 꼭 저만했어요.
그땐 세상이 곧 저였죠.
바깥 세상의 빛이 처음 피부에 닿았을때
저는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세상이 너무 거대했거든요.
사람들이 자신의 첫사랑을 기억하듯
저도 제 첫울음을 기억해요.
처음 내쉰 날숨과 함께
응애, 하고 첫울음을 토했던 건
참을 수 없는 외로움 때문이었어요.
## 봐봐요. 제 입에서 나오는 건 죄다 거짓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