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그 입구에 섰다.

당신이라면 들어갈텐가 말텐가.

뒤를 돌아보지만
도망칠 곳은 없다.

지금 서 있는 곳 또한
더 큰 미로의 한 부분이란 걸
당신도 모를리 없다.

시계를 쳐다본다.
12시 05분.

잠들지 않는 사람들.
키보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나의 몸이 부서지는 소리.
나의 정신이 무너지는 소리.

쥐가 벽을 긁어대는 것처럼(제리 아님)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건
언젠간 큰 소리를 내며
쿵~ 하고 무너질거라는 것을.

눈에 물이 고인다.
슬퍼서 그러는게 아니라
나이가 들면
저도 모르게 눈에 물이 고인다.
그래서 눈꼽도 많이 끼게 된다.

한치의 오차도 없던 몸의 규칙들이
하나 하나 제 역할을 잃어가는 것.
그것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몸으로 배우고 있다.

무너져가는 몸을 이끌고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속으로 향한다.

당신이라면 말린텐가 말텐가.

당신에게서 멀어지는 나의 뒷모습.
발자국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by cuspymd | 2009/10/13 00:29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cuspymd.egloos.com/tb/425388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