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깬 제리

아침에 눈을 뜬 제리는 깜짝 놀랐다. 맨처음 눈에 들어온 건 낮선 천장. 하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천장은 매번 낮설게 다가왔었다. 한참 눈을 껌뻑거리고 있으면 그제서야, 아 여기가 내 방이구나 하고 정신이 돌아오곤 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한참 눈을 껌뻑거리고 있어도, 이불 속에서 이리저리 뒤척여도 낮선 곳에 있다는 이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제리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는 주의를 한번 둘러본다. 낮선 벽지, 낮선 방. 비록 잠이 덜깬 제리지만 여긴 자기가 살던 방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가 있었다.

제리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는 이불을 코 밑까지 덮어쓴다. 몸이 점점 줄어들어 새앙쥐로 변해버린 어제 저녁. 피곤에 지쳐 자리에 누울 때만 해도 제리는 자신이 살던 방까지 변해버릴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줄어들어버린 그의 몸처럼 그의 뇌도 아주 조그맣게 쪼그라 들었으니 이전보단 확실히 깊이 있거나 논리적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이건 너무 하지 않느냐고, 제리는 눈을 질끈 감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짚어 쓰며 생각했다. 

모든 게 거짓말이라고, 모든 게 꿈이라고 중얼거려본다. 열 번만 외치면 모는 게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요즘에 내가 꽤 피곤하긴 했지. 한 번, 두 번. 제리가 계속 중얼거리는데 이불 속에서 무언가가 자꾸 걸리적거리는 것만 같다. 뭐가 자꾸 걸리적거리지. 바닥에 깐 이불이 제대로 펴지지 않은건가. 의아해하며 허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는 제리. 순간, 뱀처럼 스르륵 움직이는 길다란 물건. 손 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으악!! 이게 뭐야~. 제리는 기겁을 하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섰다.

혀를 날름거리는 코브라 처럼 눈 앞에 오똑 서 있는 그건 분명 꼬리였다. 눈으로 쭈욱 따라가 본다. 믿고 싶지 않지만 제 엉덩이하고 이어져 있다. 맞다. 나 어제 새앙쥐로 변해 버렸지. 이제야 머리가 맑아지며 자신이 처한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리는 눈을 돌려 창 밖을 바라본다. 어제는 창이 오른쪽에 있었는데 오늘은 왼쪽이다. 처음 보는 낮선 풍경. 아파트로 가득찬 거리가 삭막하다. 아파트에 가려 해가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아침이었다. 제리는 여기가 어디인지 궁금했다. 창가로 다가가는 제리.

매일매일을 살면서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여기가 어디인지, 또 여기서 내가 무얼하고 있는지. 너무나 익숙해서 사람들은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불쑥불쑥 의문이 드는 때가 있다. 창 밖을 바라보면 개미만한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저 사람들은 어디에 가고 있는걸까. 저 작고 분주히 걷는 사람들 모두에게 각자 사연이 있을텐데. 갑자기 그 사연들이 궁금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곤 한다.

창 밖을 바라보는 제리의 뒷 모습. 꼬리가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린다. 모습이 변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꼬리는 벌써 리듬을 타고 있다.

by cuspymd | 2009/10/10 00:35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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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스타 at 2009/10/11 17:41
꼬리털이 선다. 가시가 돋아나는 거 같다. 털들이 길어진다. 쑥쑥 잘도 자란다. 투투툭- 나무등걸이 갈라지는 소리가 꼬리에서 들린다. 꽃이 피고 지기가 삽시간이 이루어진다. 열매가 맺혀든다. 꼬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제리는 골반뼈가 으스러진다. 더 이상 리듬은 탈 수 없다. 제리는 꼬리를 잃어버렸다. 제리의 꼬리는 사라지고, 꼬리의 제리가 생겨났다. 경외감을 느낀 제리는, 스스로 리듬을 타며 꼬리에게 자존감을 높혀준다.

(미안해요. 장난치고 가요).
Commented by cuspymd at 2009/10/11 20:21
제리는 꼬리로 나스타님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리도 아팠던 걸까.
나스타님은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서럽게 운다.
Commented by 나스타 at 2009/10/12 07:27
꼬리를 잃어버린 제리가 진화했나요.
누구한테 맞고다녀 보질 않아서, 막으면 막았고, 때리면 때렸죠.
맞은 다음에 서럽게 우는 게 어떤 건지 모르겠네요. 후후.
Commented by cuspymd at 2009/10/12 20:29
제리는 걱정이 되었다. 너무 세게 때렸나.
울고있는 나스타님에게 제리는 살며시 다가간다.
하지만 왠걸. 순진한 제리, 꿈에나 생각했을까
나스타님이 단지 우는 척하고 있었단걸~!!

나스타님은 살면서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었다.
막으면 막았고 때리면 때렸다고 한다.

제리가 넋놓고 다가오는 찰라
나스타님의 주먹이 제리의 명치를 강타한다.

숨이 턱 멎는 제리.
하늘에선 별이 돌고
주위가 서서히 하얗게 변한다.

정신을 잃기 전
고양이 톰처럼 능청스럽게 웃고 있는 나스타님을
언뜻 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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