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호러 뉴웨이브 - 피, 피, 피. 영화

영화 잡지 [씨네21]에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프랑스 호러 영화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에 대한 기사가 났습니다.

"소문이 자자했다. 지난 10여년간 만들어진 호러영화 중 가장 괴로운, 두려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그러나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했다." 라며 운을 떼는 이 기사는, 딱 읽어보면 이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이라는 영화를 보지 않고는 못베기게 만들 만큼 감칠맛나게 쓰여 있습니다. 

기사에선 다른 고어 영화들 보다 극단적으로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데도 그런 영화들 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 [마터스..]라는 영화를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고문영화'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이런 평가가 나오는 걸까요. 참을 수 없이 불쾌해져서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기가 힘든 영화라는건 대체 어떤 건지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게다가 이 영화.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3개 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습니다. 단 3개의 극장에서만 상영한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매력을 돋보이게 합니다. 이 영화에 없는 무엇이 단 3개 극장에서만 상영하도록 한 것이고, 또 이 영화에 있는 무엇이 단 3개의 극장이라도 상영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 없는 것과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이 영화를 찾아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호러 영화를 좋아하거나 호기심이 강한 영화 애호가라면 말이지요.

하지만 기사 중 [마터스..] 관한 내용 못지 않게 눈의 띄는 것은 맨 마지막 부분에 짤막하게 소개된 프랑스 호러 영화들입니다. 제목 하야 "<익스텐션>부터 <마터스>까지 프랑스 호러의 뉴웨이브인가". 두두둥~(효과음). 기사에서는 '프랑스 호러 뉴웨이브'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발표되었던 주목할 만한 프랑스 호러/고어 영화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알렉상드르 아야의 <익스텐션>(2003), 자비에르 젠스의 <프론티어>(2007), 알렉상드르 바스틸로, 줄리앙 모리의 <인사이드>(2007)" 이 세 영화가 기사에서 언급된 영화들인데요. 푹푹 찌는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마터스]를 보러 가지는 못하고, 그 전초전 격으로써 이 세 영화들 속 피의 향연을 탐닉해봤습니다.

<익스텐션>(2003), 알렉상드르 아야

한적한 시골길. 두 여자가 차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이번 휴가는 친구의 집에서 보내기로 한 여주인공. 차는 무사히 친구의 집에 도착하고 친구의 가족들은 여주인공을 따듯하게 맞아 줍니다. 그리고 그날 밤. 어둠 속을 울리는 초인종 소리. 차르르릉, 차르르릉. 불길한 예감의 여주인공은 현관을 훔쳐보고 낯선 불청객은 친구의 가족을 하나하나 처리해갑니다. 피, 피, 피. 피는 목에서 분수처럼 쏟아지고 벽에 꽃처럼 흩뿌려지며 바닥에 강처럼 흐릅니다. 변태같은 살인마는 친구를 묶어 차에 가두고, 터무니없게도 겁이 없는 우리의 여주인공은 변태 살인마와 쫒고 쫒기는 술래잡기를 벌입니다.

호러 영화 속 여주인공은 왜 그렇게들 겁이 없는 걸까요. 제발 숨어있는 그곳에서 살인마가 사라질 때까지, 날이 밝을 때까지 가만히 좀 있으라는 거죠.  왜 살인마가 지나치고 나면 잠시도 참지 못하고 숨어있던 곳에서 빠져나와 살인마가 진짜 사라졌는지를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냔 말이예요. 보고 있는 사람은 심장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단 말입니다~ 하악하악(효과음).

<프론티어>(2007), 자비에르 젠스

깜짝 놀라셨죠? 좀비가 아닙니다. 피를 온몸에 뒤집어 쓴 이 분,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십니다. 영화는 신선하게 시작합니다. 파리의 도심에서 폭력 시위가 일어나고 경찰을 피해 도망쳐나온 한 무리의 젊은이들. 혼란스런 시위 도중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지폐가 가득 들어찬 돈가방과 함께 차를 타고 국경으로 향합니다. 국경에 다다랐으면 원래 목적지인 네덜란드로 직행을 할 것이지 그들에게 덧씌워진 숙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근처 모텔로 향합니다.

재수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나요. 그곳은 나찌 식인 가족의 본거지였습니다. 그리고는 피, 피, 피. 젊은이들은 쇠고챙이에 꽂혀 거꾸로 매달리고 그 다음에 남은 일은 칼로 목을 따 피를 빼내는 작업뿐이죠.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가 봅니다. 식인가족은  여주인공을 장남의 신부로 맞이해 자신들의 순수한 혈통의 대를 잇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피, 피, 피. 하지만 이번에 뿌려지는 피는 여주인공의 것이 아닌 나찌 식인 가족들의 피입니다. 통쾌한 복수의 향연. 평화롭게 지내던 한 나찌 식인 가족의 풍비박산. 그러니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먹을 것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 되는 법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 중 하나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듯 피를 뒤집어 쓴 채 다리가 풀려 뒤뚱뒤뚱 걷던 여주인공의 그로테스트한 모습입니다. 친구들이 모두 죽고, 식인 가족에 둘러싸여 있을 때 느낄 수 공포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맞아, 나라도 저런 상황이라면 저렇게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을 거야' 라며 무릎을 치게 되더라는 것이죠.

<인사이드>(2007), 알렉상드르 바스틸로, 줄리앙 모리

이 불행한 여인에게 주목해 주세요. 임신을 한 그녀는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불의의 교통사고. 남편은 죽고 여자는 다행이 목숨을 건집니다. 하늘이 그녀를 도왔던 걸까요, 배 속의 아이도 무사했습니다. 그리고 4개월 후, 예정일을 하루 앞둔 날 밤. 의문의 여인이 그녀의 집에 침입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피, 피, 피. 순식간에 그녀의 집은 지옥으로 돌변합니다.

도대체 이 미친 여자가 원하는 건 뭘까요. 여주인공의 엄마가 찾아오고 직장 상사가 찾아오고, 경찰이 찾아오지만 지옥에 찾아온 그들의 남은 임무는 몸에 품고 있던 피를, 남은 한 방울까지 짜내 지옥을 장식하는 것뿐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지옥을 만들어 낸 것인지, 도대체 왜 세상 누구보다 신성시되어야할 임산부가 이 무간 지옥에 내던져진 것인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집 안의 붉은 피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이미지1 출처: http://imgmovie.naver.com/mdi/mit500/0371/C7149-11.jpg
이미지2 출처: http://imgmovie.naver.com/mdi/mit500/0443/D4342-11.jpg
이미지3 출처: http://imgmovie.naver.com/mdi/mit500/0676/F7636-12.jpg

덧글

  • 2009/08/13 03: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cuspymd 2009/08/14 13:15 #

    나스타님 간만에 웃기셨는데, 걸또 지우셨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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